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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김종해
백락(伯樂), 스스로 저를 다스리는 바다
이 선 영
잔 鍾, 바다 海― 이 글을 쓰는 지금 새삼 그의 이름이 명명되기 위해 그저 우연히 붙여진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와 같이 그는 넓다. 그리고 그 바다는 격노하며 출렁이는 바다, 그 물살의 힘으로 위세 부리는 바다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리 그 깊숙한 속을 헤쳐도 죽어 있는 물들이 고여 있을 뿐인, 잔잔한 바다인 것만도 아니다. 그 바다는 날카로운 분노의 힘과 한(恨)으로 다진 저력이 숨겨져 있는 바다("내가 숨기고 있는 恨과/내 海底에 잠복한 큰 지진을 그대만은 알리라"― 항해일지 15), 제 스스로 저를 다스리는 바다이다. 그 바다는 함부로 파도를 일으키지 않는다. 1989년 1월의 겨울에 나는 그를 처음 만났다. 《경향신문》 신춘문예 최종심에 내가 응모한 작품이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그 해의 당선자가 나였던 것은 아니다. 나는 아깝게 또는 아슬아슬하게 탈락한 '차점자'였다. 그런 불쾌하다고만 할 수 없었던 '불운한' 겨울의 어느 날 나를 찾는 전화가 왔고 나는 김종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나의 습작기는 젊은 시인들에게만 경도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쑥 끼여든 그 이름 세 글자는 이후 내 인생에 각별한 인연이 되었다. 말하자면 그는 내게 있어, 내 시의 '진가'를 처음 발견해 준 고사성어 속의 '백락(伯樂)'이었다. '등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시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선생님은 초조해하는 나에게 언제나 말씀하셨지만 나는 기어코 선생님을 '졸라' 이듬해인 1990년에 내가 눈독들이고 있던 지면(《현대시학》 신작소시집 '시인을 찾아서')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선생님은 늘 내게 말씀하신다. '좋은 시만 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시인에게 '좋은 시 쓰는 것 외에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이런저런 살아가는 일들로 입술이 못내 근지러운 내 앞에서 그 단호한 입으로 잘라 말씀하신다.
시인이여. 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 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 흐르듯 바람 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가라.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 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시를 주문하더라도 그대의 절실성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문에 의하여 시인이 시를 쓰고 시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 詩이며, 거짓말 시가 아니냐. 시인이여, 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장인(匠人)의 단련을 거치지 않은, 얼마나 많은 가짜시가 들끓는가를 생각하라. 시인이여, 시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 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의 맹우여야 한다. ― 1990년 3월 시집 《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에 실린 '시인 선서'
그는 1941년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태어났다. 더 좁혀 들어가자면 부산시 서구 량동.
천마산 눈썹 아래 초장동 산비탈이 있고 천마산 코딱지 같은 우리집이 있고 충무동 푸른 바다가 있고 새벽별을 보며 생선도가로 내려가는 이모 집이 있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소리치는 외삼촌 집이 있다 이른 새벽부터 우리집에 와서 해장술에 취한 천마산은 어머니에게 술국을 더 달라 한다 아버지와 형은 말없이 절구에 떡을 치고 누나와 나는 맷돌을 돌린다 콩나물 시루에 물주는 아우가 손을 놓을 때쯤 누더기 같은 우리의 희망이 빨랫줄에 펄럭일 때쯤 천마산은 바람과 안개를 거느리고 넌지시 산을 오른다 ― <가족>
그의 삶과 시의 역정(歷程)이 그의 이름자에 들어 있는 바다(海)와 불가분이듯이, '술(酒-鍾)' 또한 그에겐 삶과 시를 매끄럽게 하는 윤활유이자 '지혜'를 얻는 감로수다. 아니, 차라리 그가 터득한 지혜가 액화(液化)된 것을 술이라고 해야 할까?
춥고 어두운 겨울 항로 가운데 오늘은 한 젊은 수부가 사는 화곡동에 닻을 잠시 내리고 잔을 나누다 ― <항해일지 4― 도시의 상어>
한잔의 독한 火酒가 나의 갈증을 선실 밖으로 떼밀어 내고 있었다 ― <항해일지 8― 어느 날의 을지로 항해>
종로 3가의 포장술집에서 휘파람새의 휘파람 소리 같은 술잔을 들이켜며 ― <항해일지 11― 잠수부 학재>
별을보며인사동에정박하다. 새벽두시, 수부들은부질없이날아오르기를다투며술을마시다 ― <항해일지 23― 공구의 날개>
오늘은 우리가 잠시 인사동을 스친다 누님손국수집 골목을 빠져나온 라일락 향기도 잠시 끼어 든다 토담에서 한잔, 평화만들기에서 한잔, 이모집에서 한잔, 실내악, 이화, 탑골에서도 한잔 최루탄 때문에 눈물 흘리던 우리들의 사월도 가고 오월도 가고… ― <인사동에게>
純銀의 도끼, 양심의 번뜩임 이 치열한 불꽃을 깊이 깊이 숨기기 위하여 사랑의 술잔으로 목을 축인다 ― <오늘의 이 침묵은>
선생님이 한때 즐겨 마셨던 술은 흑맥주다. 나도 선생님과 함께 그 흑맥주 맛을 본 적이 있다. 선생님이 잔을 비우고 나면 그 잔은 내게로 돌아왔다. 그 잔은 내가 원하는 만큼만 채워졌다. 내 잔이 비면 그 잔은 선생님의 온기 품은 손 안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어떤 술자리에서도 나는 술이 선생님을 이기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내면에 든 바다의 파고를 다스리듯 그는 술과 술을 마시는 자신을 다스릴 줄 안다. 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그의 등단작 제목이 <內亂>이듯이, 그의 안이라고 '내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내란'은 우리 삶의 현실에서 비롯된, 구체성을 띤 내란이다.
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있는 아버지를 보면 나도 도끼로 패주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민중시를 쓰지 못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한낱 장사아치의 계산기가 더 소중스럽지만 민중민중민중민중민중민중 말의 남발보다 땀 흘려 일하는 개인주의를 더 사랑한다. 절망과 눈물과 구호를 단지 속에 묻어 놓고 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있는 아버지를 보면 나도 도끼로 패주고 싶은 것이 있다. 사십년 전, 아버지가 쥔 도끼자루는 녹슬었지만 밑바닥을 살았던 아버지의 적개심이 이 가을에 문득 내 손에도 쥐어져 있구나. ― <항해일지 21― 아버지와 도끼>
'땀 흘려 일하'지만 '밑바닥을 살았던 아버지의 적개심'이 그의 안에서도 '도끼로 패주고 싶은' 적개심을 키우고,
아우가 쓰는 못을 보면 흥미롭다 그의 못은 모두 사람에게 박혀 있다 못을 박아본 사람보다 못에 박혀본 사람, 못뿌리까지 뽑혀본 사람은 안다 못대가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왜 위험한가를 감출 수 없는 못대가리 때문에 맞아본 사람은 안다 열불 터지는 일에서 돋아나는 그놈의 못대가리 참을 수 없는 못대가리 때문에 청량리 경찰서에서도 뽑혔고 남산에서도 나의 못은 뽑혔다 못대가리를 숨기는 것은 지혜롭다 나는 못을 보면 놀란다 유치장에 갇힌 아들의 못대가리, 아서! 나는 아들의 못대가리가 보이지 않기를 권고한다 ― <웬 못?>
선생님의 '아우'는 '못에 관한 명상'이라는 시집으로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김종철(金鍾鐵) 시인을 일컬음이요, '유치장에 갇힌 아들'은 몇 년 전 《붉은 기호등》이라는 특이한 장시집을 낸 바 있는 김요일 시인을 말함이다. 시인 김요일은 위의 시 외에도 몇 편의 선생님 시에 '내란'의 불씨를 던지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 아들에 대해 말할 때, 선생님에게서 드러나는 것은 따가운 질책이나 엄혹함이라기보다는 깊은 애정과 쓸쓸한 이해다.
이틀째 철야농성을 하고 돌아온 아들과 아침 식탁을 마주하고 앉은 봄날 나는 우리집 위로 바다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섬 속에 속절없이 또 혼자 갇힌다 우리를 홀로 있게 하는 바다는 어디에도 있다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대로 각자의 무인도가 있다 숟가락 끝으로 튀어오르는 햇살을 퍼 담으며 이건 보수반동의 목소리가 아냐 젊은 아들과 대치 중인 삐꺼덕거림의 시대 내가 멱살을 잡은 것은 아들이 아니라 이 시대의 삶이다 한 숟갈의 따뜻한 사랑이 그리운 시대 우리 살아가는 일의 높은 것은 무엇이며 낮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 사는 법은 어떠하며 무엇이 우리를 가득 채우는가 몇날 며칠째라도 좋다 철야농성을 하며 단식을 하며 나는 그것을 알고 싶다 ― <나는 그것을 알고 싶다>
선생님에겐 큰아들 요일 외에도 선생님이 먼저 '신부(성직자)' 같다고 평하는 작은 아들 요안과 막내딸 봄비가 있다. 요안 역시 문학박사 학위까지 받은 문학평론가요, 봄비는 시 아닌 가야금이라는 악기를 택한 음악 재원이다. 선생님을 포함한 이들 가족의 공통점은, 정색일 때는 그 얼굴이 서늘하도록 진지하고 날카로워 보이지만 웃음이 담길 때면, 마치 베를린 담벽이 허술히 무너지듯, 그 얼굴이 하염없이 천진하고 부드럽고 선량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또 한 분의 가족, 사모님― 성함이 박영자(朴英子)라 하신다―은 선생님이소시(少時)적에 그토록 열렬히 구애했었다는 일화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함초롬한' 분이시다. 그는 올해로 30년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세계사가 바로 그 출판사다. 세상에 이름을 크게 알린 적도 없지만 크게 흔들린 적도 없 이, 마치 그 주인인 선생님처럼, 제 자리를 꾸준하고 묵묵하게 지켜내고 있는 출판사다. 선생님의 은근한 고집과 닮아서 과하거나 허황된 꿈을 꾸지 않고 자기 울타리를 넘어서는 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움직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고요하고 완만하되 분명 제 앞길을 가려 나아가고 있는 움직임이다. 내가 처음 문학세계사를 찾았던 십년 전쯤 그 곳은 양재동 한 건물의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었는데, 그 후 자리를 옮겨 지금은 마포 신수동의 아담한 건물 하나를 어엿이 차지하고 있으니 참으로 보기 좋은 일 아닌가.
마포 쪽에 있는 백여 평 미만의 하늘을 사들여 내 이름으로 등기를 끝내고 취득세를 물고 난 얼마 뒤 나는 완벽한 나의 하늘을 갖게 된 기쁨 속에서 이웃들로부터 축복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내 하늘에 있는 별들을 가끔 빌려 보고 싶다는 소박한 한 친지의 말이었다. 나는 내가 사들인 하늘의 별들이 잘 보이도록 오늘도 유리창에 낀 성에를 닦고 또 닦아내었다. ― <나의 하늘 (1)- 유리창을 닦다>
그에 대해 얘기할 때 빠뜨려서는 안될 부분이 그에게 있어 그의 부모님의 존재다.
김재덕(金載德), 마치 클라크 케이블처럼 콧수염을 길렀던 사나이. 40년 전 그 여름에 아버지는 우리에게 유산 하나 남겨 놓지 않고 무책임하게 타계하였다. 그가 남겨 놓은 것이 있다면 궁핍과 가난과 널빤지로 만든 판자집 한 채와 젊은 아내와 어린 아이들 넷이었다. 거기다가 아버지의 병 치료를 위해 끌어들였던 힘겨운 사채뿐이었다. ― 산문 <항해일지를 쓰면서> 에서
'판자집 한 채'와 '가난'이라는 고단한 삶만 남겨 놓고 그의 나이 열세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였지만, 그 아버지는 평생 종교적이고 절대적 존재의 자리를 대신하며 그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된다.
아버지가 아침을 주셨으므로 내 가진 그릇들에 아침이 가득 찬다. 아버지가 주신 시각들이 내 손목시계에 날마다 감겼다 풀린다. 하늘을 주시고 세상을 주시고 친구를 주시고 길 걷는 법을 일러 주셨으므로 내 가진 세간살이의 하루가 부족함이 없다. 슬픔을 얻지 못하면 어찌 기쁨을 깨칠 수 있으며, 불행을 거치지 않으면 어찌 행복을 은혜로 여길 수 있는가를 아버지가 주신 집에서 깨친다. 창문을 열어 보지 않아도 나는 안다. 개나리 같은 것들, 진달래 같은 것들, 라일락, 산당화, 찔레꽃 같은 것들이 무더기로 내 뜨락에 와서 떠들썩한 것으로 보아 아버지가 봄을 또 보내 주신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아버지, 가르쳐 주소서, 외로움은 어디로부터 오며, 우리의 마지막 절벽은 어디에 있는지를! ― <아버지를 그리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난장에서 국수, 떡, 밀주장사를 전전하며 네 남매를 키워낸 어머니 역시 그의 가장 깊은 애정의 대상이자 그가 가진 그 따뜻한 사랑의 원천이다.
맷돌을 돌린다 숟가락으로 흘려 넣는 물녹두 우리 전가족이 무게를 얹고 힘주어 돌린다 어머니의 녹두, 형의 녹두, 누나의 녹두, 동생의 녹두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녹두물이 빈대떡이 되기까지 우리는 맷돌을 돌린다 충무동 시장에서 밤늦게 돌아온 어머니의 남폿불이 졸기 전까지 우리는 켜켜이 내리는 흰 녹두물을 양푼으로 받아내야 한다 우리들의 허기를 채우는 것은 오직 어머니의 맷돌일 뿐 어머니는 밤낮으로 울타리로 서서 우리들의 슬픔을 막고 북풍을 막는다 녹두 껍질을 보면서 비로소 깨친다 어머니의 맷돌에서 지금도 켜켜이 흐르고 있는 것 물녹두 같은 것 아아,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 <어머니의 맷돌>
시를 읽고 쓰는 일에 25년이나 종사해 왔지만 아직도 모르는 시, 안 읽혀지는 시들이 수두룩하게 있다. 나는 이런 시들에 속지 않고 아주 냉담한 편이다. 시집을 받고서, 시집 첫머리에 실린 몇 편의 시만 읽으면 다 읽지 않아도 되겠구나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러나 그 첫 2, 3편 정도를 읽어서 만만치 않은 힘과 느낌을 받게 되면, 그 시집은 서가에 꽂혀지지 않고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두 번 세 번 읽게 된다. 일종의 '영혼의 향기'이다. 내가 날아오르기 위해 필요한 일용의 양식이다. 그것들과 친숙하게 지내게 되면 치솟는 정신의 힘과 창작욕까지 느끼게 된다. 식탁 위의 맛있는 음식에 대한 편식주의가 아니라, 정선된 식단과 고단위 영양소의 보완이랄 수 있다. ― 산문 <영혼의 향기> 에서
언젠가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문예지를 받으면 게재된 신작시들을 뒤에서부터 역순으로 읽는다고. 젊은 시, 새로운 시를 향한 감수성과 예각을 드러낸 말이다.
그는 시에는 소금물시, 설탕물시, 맹물시가 있다고 말한다. 사회가 부패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필요한 시는 소금물시이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필요한 시는 설탕물시이며, 목마른 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는 맹물시이다. 소금물시란 사회를 비판하고 개혁할 수 있는 시를 말하고, 설탕물시란 말 그대로 달콤한 언어의 시를 일컫는 것이며, 맹물시란 신앙적 종교적으로 영원 또는 영혼을 바라보는 시들에 해당된다. 그리하여 그는 70~80년대에 소금물시를 썼으며, 90년대 들어서면서 설탕물시와 맹물시를 써오고 있다. ― 이진숙(한양대 석사과정), <김종해의 삶과 시> 중에서
그는 내년에 여덟 번째 시집을 낼 계획이다. 지난 94년 시집 《별똥별》(문학세계사)이 출간된 이후 6년 만에 나오는 시집이 될 것이다. 그가 쓰는 시가 '설탕물시'이든 '맹물시'이든, 나는 내년에 나올 그의 시집에 분명 실리게 될 다음 한 편의 시를 앞으로의 그의 시에서 기대해본다.
눈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이다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 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